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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원정후기 -1

Anais 2009.12.06 03:39 read.1724





(댄스 후기는 뒷 편에 이어 쓸게요^^ )

일본에 간 목적은 물론 그파를 보러 간 것이지만
제가 국외로 여행을 다녀온지가 아주 오래되어서 새삼스레 긴 여행기가 되어 버리네요.
^^
그래서 나눠서 써보려고요


첫날
일본에 가기로 결정한 것이 지난 주 금요일
그러나 여권이 기간만료된 것이 작년...연장한다고 벼르다 까먹고 지나고 또 그냥 그대로 있었지요.
뭐 사실 나갈 일이 눈앞에 있어야 신경을 쓰는 법
금요일에 여권을신청해서 수요일에야 찾아 목요일에 출국하는 참 대단한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어요.
호텔과 비행기표는 당연 월요일 저녁에 예약과 확인을 하고..

정말 다행한 것은 제가 결정할 수도 없는 일정이 어찌 어찌 조정이 되서
하루 경기 보고 올 시간은 만들수 있었다는 것이죠.


떠나던 날
아침부터 무진장 일찍 공항에 갔어요.
긴장했던 탓에 잠이 깨버렸는데 다시 잠들수 없던 탓이지요.
덕분에 꽤나 초췌한 몰골로 일본 거리를 활보할 수밖에...

긴시간 기다리느라 좀 한가한 쪽 의자에 앉아 있는데
어수선하니 몇 사람이 제 맞은 편에 앉더군요.

아웅 졸린데 시끄럽겠네...하며 고개를 들어 보니
아침일찍 햇빛도 없는데 왜 썬그라스들?
좀 무심히 어쩐지 굉장히 낯익은 여인네들과 눈을 마주치다
그 옆에 앉은 어르신을 보니...

응? 임권택 감독님?
그러고 보니 한 여인네는 문소리양을 닮았고 또 한명 작고 가냘픈 분은 강수연씨를 닮았군요.
ㅎㅎ 글쿠나

뭐 이상하게 연예인들을 그런 식으로 만난 적이 한 백번은 되다 보니 ^^
(덕분에 모 남 배우의 두번의 스캔들은 신문에 나기도 전에 두 번다 목격자이기도 했다는 거)
굉장히 별일 아닌 듯 졸던 거 그냥 졸게 되더이다..만은
자꾸 앞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어 걍 일어나 다른 자리로 갔다는 공항의 추억

그리고 일본 도착
하도 오랫만에 외국여행을 가다 보니 그동안 변한 여행문화랄까 그런게 느껴지더군요.
가장 큰 부분은

일본 공항의 분위기?

아주 아주 오래전 유럽여행을 다녀 올때
김포공항, 샤를드골공항, 암스텔담공항 ,알라스카 공항을 다 거치고 일본공항으로 왔을때
정말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공항들과는 완전히 다른 직원들의 태도때문이었어요.


이게 일본이구나

역시 일본이구나

싶었던

'손님들이 혹시라도 길잃을까 시간늦을까'
유치원생을 보는 엄마처럼 절절매며 눈에서 한시도 떼지 않으려 하던 그 직원들

솔직히 그때의 유니폼은 일제시대 순사복장을 연상시키는 모자와 색깔인데다
정말 눈을 한시도 떼지 않는다는 느낌때문에

친절함에도 숨막히는 불안감을 느껴야 했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약간 마음의 준비를 했었던 것같아요.

그러나 역시 세월이.....모든 것을 변하게 하더군요.
아직도 친절은 하지만
무덤덤히 멀리서 지켜보며 말을 걸어야
도움을 (그러나 각별히 친절하게) 주는 직원들을 보면서

여기가 인천공항인지 나리타 공항인지 좀 헷갈렸어요.


음 사실 동경이나 서울이나 엇비슷한 분위기도 많고
대도시 다운 시스템들이 대개 통하니 가끔 여행와 있다는 걸 까먹게도 되더군요.

하여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찾아보고 계획한 대로 JR게이세이 센을 타고 우에노 로 가서 국립박물관에 갔어요.
어짜피 그날 경기를 볼 시간도 애매할 뿐더러 티켓도 없고
처음 온 일본이니 일본 전통미술, 특히 중근세 회화를 몇시간 보자고
나름 계획을 잘 세웠던 거죠.

계획은 좋았는데...
짐 무게를 줄이자고 추운 빙상장을 대비한 후드 츄리닝과 한겨울용 패딩코트를 입고
베낭을 메고 움직이고 있었단 말이죠.
짐무게보다 입고 있는 옷의 무게와 훅훅 찌는 더위로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빙상장안에서는 그 옷이 딱 좋은데..밖에서는 지나쳤던 거죠.

아 근데
비가 그리 올줄이야 ㅜㅜ
우산을 쓰지도 못하고 코트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 쓴 채
그 횡한 공원을 걸어걸어 국립박물관에 도착하긴 했는데 말이죠.


제가 벼르던 중근세 회화.......딱 그날 12월 3일 부터 보존을 위해 전시를 쉰다는 겁니다요.
내가 여길 왜 왔는뎅 뎅 뎅

아랫층에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다이제스트 전시가 있었지만
뭐 대략 한국이나 중국의 박물관에서 보았다 해도 구별하지 못할 느낌
아 이건 사실 제가 그동안 보았던 슬라이드의 진품들을 확인한 과정이긴 했지만 말이죠.ㅡ
설명문에 있듯 중국과 한국..인도나 서역의 영향권에서 그닥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 없어서
마끼에 몇 점이 아니었다면, 일본도 몇 개가 아니었다면
이 것이 일본의 미술이라는 느낌을 거의 못 받았을 것같아요.

하여간 2시간 동안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영문설명문과 씨름해가며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겨우겨우 신주쿠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보니
진이 다 빠지더군요.

동경도청의 야경을 볼까
맛있다는 집들을 찾아 가 볼까 어쩌구 계획은 다 포기

걍 호텔의 티비로 일본 피겨방송을 보자고 맘을 먹었는데
켜는 방법을 전혀 모르겠더군요.
급한 마음에 비상용으로 들고 간 넷북을 켜고 홀림분들에게 자랑질을 마구 해댔었죠.
그러나 그 중간에 갑자기 불루스크린이 두둥

다시 켜고 들어갔으나 곧 밧데리가 나가서 뒷부분은 보지도 못했져.

아아아 아쉬워서 안절부절 답답해 하다

침대 머릿부분에 뭔가 기계가 많이 붙어 있길레
설명을 읽어보니
카드키를 꽂아야 티비를 켤 수있는 시스템이었군요.

이미 시간은 다 지났고오오ㅗㅗㅗ

뭐 지쳐 11시쯤 쓰러졌어요.
아침 8시쯤 부터 신주쿠와 요요기 일대를 구경하다 여유있게 경기장에 가지 뭐 ..그런 마음이었어요.

-2편으로 계속-


둘째날


 
 

눈을 떠보니 12시 30분

문앞에
'방해마시오.'.라고 붙여 두었으니 뭘 어쩌겠어요.ㅜㅜ
13시간을
일본에 처음 놀라와 놓고 기껏 13시간을 자버렸단 말이죠.

여유있게 구경 다 해가며 맛집찾아가며 경기장에 가고 뭐고
결국 경기 시간에 맞춰 가느라 무진장 서둘러야 했었;;

아침에 일찍 눈을 뜨기는 했었어요.
저 멀리 중국에서 온 보이스 피슁땜에..
그 이후 로밍해온 휴대폰 밧데리는 다 나가버려서 나중에 도착하실 분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어 당황했었지요.

급히 낯선 지하철을 타고 경기장을 찾아 가야는 데
작년 한국에서의 그파나 사대륙 때 경기장 들어가는 길목..심지어 시내에도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휘장들이 넘쳤던 걸 생각하고
근처에 가면 경기장 가는 길은 쉽게 찾겠거니 쉽게 여겼건만

길거리는 커녕 경기장 안에도 포스터 몇장 제대로 안 보이더군요.
정말 그 곳이 그파가 열리는 경기장이 맞나 두리번 거려야 했었어요.
노점상 몇 개가 있어 그 앞까지 가보고서야 맞구나 싶었다는 거

암튼 간신히 쥬녀 남싱 프리 경기 심판소개끝날 무렵 도착했습니다.

역시 쥬니어 경기는 사람들이 꽉 차지는 않네요.
그래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 있었지요.

웜업을 하고 첫 선수가 나올 때까지도 뭔가 잠이 덜 깬 멍한 상태

다만 아아 가친이 넌 또 왜 여기 있냐 시니어로 가도 될 나이일 텐데
쥬니어 그것도 1그룹이란 말이냐

그런 정도의 혼잣말을 하며 방관모드



근데
화면 가득 빛이 나는 저 선수는?
나카무라?
음 그래..멋진 외모를 가졌구나
음 근데..근데
.
.
.
.


.
.
.
그래
앞으로 열심히 하렴
대회에 자주 나와서
화면으로 얼굴 좀 보게

그런데 말이죠.
경기 후 한 참뒤에
제가 이 아이를 보지 못한 분들께 신성을 발견한 기쁨을 발설하여 함께 누리고자
경기 팜플렛을 뒤졌으나
그 이름은 찾았어도 그 얼굴은 끝내 찾지 못했지 뭡니까

'이 아이는 그 아이가 아니야' 라고 애써 강변하여도
제 취향을 의심하시더군요.

아아 화면으로 보신 여러분 처음 나왔던 나카무라 센슈가 정녕 어떤 모습이었던가요?
(저도 그 당시의 멍한 기억력을 잘 못 믿겠어요.헛것을 보았을 지도....)


그리고 나서
가친스키

역시 눈에 띄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으나
어딘가 모르게 맥이 풀린 기분이 들더군요.
기분 탓인지..
점프의 질이 어쩌구는 그 당시 제가 정말 멍모드였기 때문에 잘 기억도 안 나요.
그저 전체 퍼포먼스는 역시나 매우 매력적이군이란 총평만 ..


쥬녀 남싱의 꽃은 역시나 한유 한유 한유

졸던 제 눈을 확 뜨게 만들더이다.
처음 활주 시작부터
'음 저놈은 될 놈이군' 싶었는데

그 첫 점프 뭐였나요? 순간 '제 혹시 쿼드 뛴거야?' 싶었던 회전감이었는데요.
잠이 아직은 덜 깬 상태에서 뭔가 휘뤽하는 바람에 진짜 확 깨어났던 순간이었어요.
하여간 일본 남싱에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렇게 표현력 좋은 어린 친구가 나타났구나 깜짝 놀라고 흥분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2위를 한 난송? 남송? 인가 하는 중국 선수도 만만치 않은 실력과 표현력
이제 싱글 피겨는 남녀 불문 아시아가 확실하게 대세구나 싶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남자 싱글경기를 하는 중간중간  아레나 석과 선수들 통로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쥬니어 페어 팀이 지상연습을 하더라구요.
쓰로우 점프며 트위스트며 리프트 등등...

떨어질 때 쿵 소리가 2층까지 들리던데
진짜 저 충격을 다 몸으로 받는 선수들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빙판과 가까운데서 그런 흔들림이 있으면 전달되지는 않을까 ...별 걱정을 다 해보고
그러면서 빙판과 그 통로를 동시에 감상했지요.

듣던 데로 일본 관객들은 정말 얌전하더군요.
자국 선수에게 좀더 흥분은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용히 감상하는 분위기
나중에 시니어 남싱 여싱 경기때도 살짝 소리만 커졌지 비슷하더라구요.


요요기 경기장은 객석과 입구가 너무 가까와서 신기하더군요.
들어서자 마자 빙상이 보이고 전 객석으로 접근이 한번에 되는 것은 편했고
쉬는 시간에 다리 운동하기는 적당한데
오랜 이 경기장은 객석의 경사가 어느 곳에서건 잘 보이는 장점도 있고
고양의 시야를 가리던 봉이 없어 시원하긴 한데
나름 안전에 신경써야 하겠구나 싶은 불안감도 있었어요.
어린 아이가 봉 앞에 있으면 사고 나지 않을까 싶은 괜한 불안감

화장실가기도 전쟁터 같았다는 기분

고백하면
여싱직전에
급히 화장실을 가다 계단에서 넘어져 바닥에 그대로 머리를 박아서
왼쪽 이마에 혹이 크게 나 있는 상태에요.
정말 혹이 날 정도로 넘어졌던 기억은 없었는데..아아 머리가 어찌나 띵하던지
그나마 다행하게도 위에서 바로 고꾸라진 건 아니고 적당히 저항이 걸리며 몸부터 미끄러져서
(아마 괜찮을 거 같아요. 혹도 냉찜질 시프 사서 붙이니 좀 줄어들고)
넘어지면서
앞에있던 일본 아주머니의 쇼핑백을 전부 쏟아 내는 만행까지...쩝
솔직히 외국이라 제가 넘어 진 것보다 이 분이 저때문에 피해 받은 게 더 맘에 걸리더군요.

아 잊을 수없을 요요기 경기장

 

 

하여간 쥬니어 페어 경기 직전에 나와
메론빵과 오렌지 쥬스 비슷한 것을 사먹고 근처를 휘 휘 둘러 보는데
어린 갈색머리의 코카서스 같기도 서아시아계 같기도 한 소녀가 경기장에서 나와서는
오믈렛인지 오코노미야기인지를 사먹더군요.
머리를 올려 말은 모습이나 츄리닝을 입은 모습이나 분명 어느 종목 선수 같아 보였던 이 아가씨

나중에 보니 쥬녀 페어 경기에서 2그룹의 러시아 선수랑 참 닮았더라구요.

근데 몸을 쓰는 선수가, 곧 점프를 하고 도약을 해야 하는 선수가
1시간전에 그리 묵직한 음식을 드실 수가? 
솔직히 확신은 없었지만
2그룹으로 높은 순위로 올라왔던 팀이 낮은 점수를 받으니
아까의 그 선수? 라고 자꾸 의심이 가더군요.
근데 ...전 이 팀의 경기 분위기는 꽤 맘에 들더라구요.
뭔가 묵직하니...신기하게도 저는 즐겁게 봤는데 본인들이 안타까와 하고 성적이 낮고
하하 이번에도 졸다 제대로 못 봤을라나요?
이 친구들 나중엔 잘 하겠죠.

하여간 요요기 경기장 입구가 하나여서 만나야 할 분들은 다 만나게 되더군요.
전화는 충전이 안 되서 여전히 불통이었지만..
도대체 로밍은 왜 해갔을까나요...


-3편은 자고 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