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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사대륙 후기-2

Anais 2010.01.31 01:23 read.1713






전주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아담하고 조용한 도시같더군요.
찜질방에서의 불편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먹기 위해 경기장 앞의 순두부집에 들어갔습니다.

서비스로 물과 함께 내주시는 콩국물 ...예술이더군요.
된장맛도 직접 쑨 메주의 맛이 느껴지는 게...
이제야 전주에 와서 밥을 먹는 거군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집에 돌아와 하루 지나 후기를 쓰는 지금도 속이 온전하지는 않아
된장찌게와 맨밥이상을 욕심내지는 못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기뻣어요.
매점밥만 먹고 왔을 수도 있잖아요

아직 표가 손에 들어오지 않은 자의 불안감으로 쏜살같이 경기장으로 고!

어제 택시아저씨가 겁을 준 것과는 달리 경기장이 길에서 매우 가깝던데요?
목동이나 태릉이나 고양의 경기장을 걸어가 보신 모든 분들이 공감하실 듯

표를 받았으니
얼른 들어가 공식연습을 보기로..조금 뛰었습니다.
사실은
뒤에서 쫒아오시는 방송인터뷰 기자를 따돌리려면 어쩔 수없었습니다.

헥헥
들어가 자리를 찾아 확인하고 아래를 본 순간

@@
@@
@@

저기..저기
혹시



크릴로바 여사?

솔직히 실물을 본 적이 없으니 확신은 안 서는데
위버포제가 저기 있으니 심증이 마구 굳어지더군요.
그래서 급히 다짜고짜 따샤님께 문자로 문의를 했었죠.

네 왔다는 군요.

이런 이런 여신님을 팬질할 그 어떤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공식연습때의 디바는 정마 카리스마가 넘쳤습니다.
단발의 생머리를 풀어 단정한 느낌이 강한 데다가 엄한 선생님의 역할을 하고 계셨으니까요.
우연히 본 블로그에서 위버 포제의 어디선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쉐이린 분이 표현에 중점을 둔다면 까말렝코는 기술에 신경을 쓰고 크릴로바는 더욱더 기술에 엄격하게 신경을 쓴다고 했던 것 같아요.
(번역까지 해주셨던데 제가 한번 보고 지나는 바람에 블로그 이름도 까먹었어요.)

누구보다 댄서다운 댄서였던 크릴로바가 표현보다 기술에 신경쓸 만큼 위포가 기술적인 면에 문제가 많기도 했지만
모든 표현이 기술이 훌륭해야 제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하여간 공식연습내내
제 신경은 온통 링크 사이드로...

아 어느새 여싱이 시작할 시간이군요.
근데 찜방에서의 하루가 제 허리와 등쪽에 영향을 미쳤던지
벌써 앉아 있기 힘들었어요. 에혀

그런데도 우리 선수들이 나오니 그 모든 게 잊혀 지더군요.

아 나영양은 점프가 너무 아쉬웠지만..스핀이나 스텝이 많이 좋아졌더군요.
채화양은 점프 난이도가 낮아서 그렇지 넘 아름다왔어요.
글고 둘다 의상이 너무 이쁘더군요.
나도 따라서 만들어 입고 싶었을 만큼

그리고 민정양
아직은 어리고 여린  선수라 저도 모르게 손이 모아지고
덜덜 떨리더군요.
빙판에 선 다른 모든 선수보다 선이 가늘고 두상도 작고
정말 가냘픈 소녀였거든요.
(말 그대로 다른 선수들과 비율이 달라서,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같았다니까요.)

하지만
웜업때부터 뤂 점프, 러츠 잘 성공시키더니
진짜 잘했어요.
(경기내내 두 손 모아 같이 떨었더니 끝났을 때 눈물이 다 고이더군요.)

아직은 몸이 가늘어서 활주가 뻑뻑하게 힘들어 뵈는 느낌도 있고 느리기도 했고
프로그램 자체가 좀 ;;;
그래서 피씨에스가 잘 나오기 어렵겠다 싶긴 했지만

이제부터 좋아지면 되겠지요 뭐.

스아실 우리 선수들 앞 뒤 다른 선수들 중에 끝까지 기억에 남은 선수는 마오뿐
점프때문이 아니라
스케이팅 스킬, 활주 때문이었지요.
이번 경기 본 중에서
아댄선수들 빼고 싱글 선수들 중에선 그 활주가 유려하다고 느낀 유일한 선수였어요.

근데 마오양은 어째 한국에만 오면 자신의 베스트 경기를 할까요?
이번 프리 중 가장 잘 한 게 이번 사대륙일걸요?
솔직히 이번에도 음악과 퍼포먼스 자체는 따로 놀았어요.

이건 그녀가 표현력을 타고 난 게 아니라 노력해서 해내고 있는데다가
경기중 요소수행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또 속도도 느리기도 했고요.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스케이팅 스킬 자체가 아름답고
따라소바여사의 안무
특히 스텝시퀀스의 안무가 훌륭하니 정말 멋지더군요.
그러나 역시 그녀는 드라마틱한 연기가 잘 맞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늘고 섬세하고 유려한, 탄력있게 라인을 정확하게 누벼가는 듯한 그 느낌이
쿵쿵 무겁고 웅장하게 울리고 있는 음악과....뭔가 언발란스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없었답니다.

연아양의 경우라면 솨악 서늘하게 강하게 지나는 카리스마가 있어서
웅장한 것도  섬세한 것도 다 가능하지만
마오양은 사실 강한 느낌은 별로 없거든요.

솔직히 웜업때 제 바로 앞에서 더블 악셀-더블 뤂을 뛰는데 좀 놀랐습니다.
높이가 예전보다  낮았기 때문이었지요.
재작년 사대륙때 제 눈앞에서 더블 악섹 뛰었을 때 저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던 높이와 비교하면 말이지요.


음 그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높았고 빠른 속도의 회전도 여전했으니
좋은 성적을 거둘만 했습니다.

뭐 하여간 ....연아양은 더 잘 할 걸 믿으니깐 ^^
솔직히 전 이미 가진 자의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요.
앞으로의 결과가 어찌 나오든
연아양이 레전드라는 걸 의심할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죠.


글고 아댄
1그룹 웜업부터 활주가 달라요.
여싱에서 아무리 마오양이 매끄럽게 스케이트를 탔어도 못 따라간다 싶더군요.
이건 아댄 전공이다 싶더군요.(전 아댄 팬이니까여 ㅎㅎ)
아 내가 이래서 아댄을 좋아하지 싶었어요.
사실 첨엔 춤추는 게 멋지니까 였는데 점점 그 스케이팅 자체에 매료되네요.

경기가 시작되고 놀란 건
예전부터 봐왔거나 지난 사대륙때 왔던 선수들 대부분
일취월장
괄목상대
ㅋㅋ

옆에서 같이 보던 친구가 '언니 자식 큰 거 보는 기분인가봐요.' 했을만큼
제가 계속 흐믓해 했어요.
지난 사대륙때
제가 이뻐하던 애들이 지난 경기보다 못한 모습에 짜증내고 속상해했던 것과 마이 비교가 될 정도로...

아무래도 올림픽 시즌이라 하위권 선수들도 연습을 많이 한 모양이에요.

딱 한팀
촉 쥬엘린
이 팀만 뭔가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더군요. 역시나 자기 기록에 못 미치는 점수가..
근데 이팀도 남자선수가 얼른 강건해 져야 할 텐데
역시나 몸집이 차이가 크게 나서 ..
허블남매만큼 여자선수를 움직이는 것을 버거워 하네요.

근데 말이죠..이 메디슨양의 옷이 참 이뻤거든요.
같은 쥬에바 팀인데 테사의 옷은 왜 그렇게 만드시는지 ...좀 이해가 안 되었어요.
프리의상이 허리선도 치마단의 길이도 본인의 칫수보다 한참 아래로 늘어져서 몸매도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동작선도 쉽게 보이질 않았던 게 기억납니다....근데 그런 걸 여러 번 봤던 기억이

하여간 마지막 그룹에서 중국팀이 넘어진게 안타깝기는 했지만
솔직히 전 이번 포디엄은 꽤 만족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안쓰러워 팀'이 둘다 올라있었고
뭐 앞으로도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지 알길 없는 허블남매도 3위는 해서
크릴로바 여사가 몹시 기뻐하며 제자들 챙기는 모습도 볼 수있었고

무엇보다 위버포제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으니까요.

제가 이 친구들의 프리를 보러 가긴 했어도
아직 얘들이 탑클래스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오디보다 프리를 좋아하는 것도
플라멩코가 잘 표현되고 뭐고를 떠나
빠른 음악과 급회전, 급전환으로 이루어진 플라멩코의 특성상
춤이 보이기 전에 기술적인 약점이 더 먼저 보이기 때문에 안쓰러워서거든요.
서정적이어서 몸 전체 동작의 선이 길게 길게 보이는 프리에서야 겨우
아직도 흔들거리는 스케이팅보다 그들의 춤이 더 잘 보이니까요.

솔직히 뒤늦게 찾아본 캐나다 네셔널에서도
스케이팅 스킬만으로 그 순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죠.

하여간 그 아름다운 댄서들이 이제야 제대로 아이스 댄서다운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을
이렇게라도 응원해주고 싶었고

걍 '감상'을 하고 싶어서 전주까지 갔었던 거였어요.



아 이제야 느끼는 거지만
아이스댄스.....코치가 정말 중요하네요.
제가 언젠가 샤발린 막시미신 포제의 리드부재에 대해 중언부언 썼었는데요
당시의 샤발린과  막시미신이 골시코프의 제자였고 (지금 리아자노바의 파트너도 오래 묵은 그의 제자)
--진심 골시코프는 남자 선수를 리더로 가르치기보담 머슴으로 키우는 게 아닐까 싶;;;--

포제가 세이린 분의 제자였지요.

샤발린은 코치를 바꾸고 나서 그 문제가 많이 좋아졌어요.
자신의 몸 컨디션만 좋으면 지난 월드의 시디같이 정말 제대로 멋진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지요.
아 코치의 문제였나보네? 싶었던 첫번째 계기가 사발린이었어요.

글고 이번 시즌의 포제군을 보면서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게 되는 군요.
역시나 세린분이 팔로워로서, 댄서로서는 훌륭하지만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는 좀 약했구나 싶게스리
까마렝코와 크릴로바 체제에서 엄청 많이 달라졌더군요.
이제는 여자의 위치를 확인하며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진짜 눈물이...(아 진작 코치를 바꾸지 싶어서;;;;;;;)

리더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전혀 숙지 못한 듯
아직 준비가 안 된 위버양을 마구 끌어대거나
타이밍과 간격을 못 마춰서 엉뚱한 위치에서 다음 동작을 시작해
위버양이 몹시 어글리 더글리 왁더글덕더글 한 모양새를 보이게 하는 포제군이 이제는 아니라는 게
너무 기쁩니다.

진심 프리를 보고 눈물이 제 눈에 맺혔답니다.

기술이고 성적이고 뭐고 다 떠나서
오랫만에 제대로 댄스 다운 댄스를 보고 있다는 감격이 느껴졌거든요.


스아실 돔샤도 호노도 그 어려운 기술들 때문에도 어느 누군가의 버벅댐때문에도
감상 자체가 안 될 때가 얼마나 많은 데요.
위포가 뭘 틀렸건 실수했건 전체 퍼포먼스가 마냥 아름다왔어요.
솔직히 전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기립박수...(덕분에 포제군과 눈 마주치며 웃었;;; )

위버포제는 아마 한국에 와서 누구보다 행복했을 거에요.
올림픽엔 비록 못가지만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도 얻었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는 많은 팬들을 만났으니까요.
너무 좋아하며 팬들에게 달려가는 뒷모습이.. 아이고..^^ 멀리서라도 등 토닥토닥 해주고 싶더군요.

2년전부터 캐나다 네셔널 2위를 걱정하고 국제대회에서 얘들을 볼 수있을까 걱정하고
이러다 그냥 나이먹을까 걱정하는 게
많은 댄스팬들 이전에 본인들이었을 테니까 ..

앞으로도 부족한 많은 면들을 보완해주길 바래요.
갈길은 아직도 멀고 멀었으니 말이에요.

시상식이 시작되자 크릴로바 여사 제 바로 아래쪽에서 열심히 제자들의 모습을 디카에 담고 계시네요.
어찌나 기쁘게 웃는지
어찌나 흐믓해 하는지
하긴 시상식에서 1,3위가 다 자신의 제자들이었으니 말이죠.

저는 이 순간 제 옆에 계신 분을 졸라 계속 크릴로바를 찍어달라공
ㅎㅎ
귀찮아 하시면서도 몇 컷 찍어 주셨어요.
전 그 사진들 기다리고 있어요.
(증거 사진 도착-추가요!)

 코치팬질모드라 시상대쪽이 안 보였어요. ㅋㅋ

근데
제가 얼핏 듣기에 어느 팀인가 크라츠 코치한테 배운다고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닮으신 듯한 훈남 코치도 본 거같거든요?
혹시 그 분도 오셨던 가요?



-에필로그-
아 생각보다 댄스 경기가 일찍 끝나버렸네요?
서울의 지하철 막차 시간이 불안해서 새벽에 기차를 타려던 생각을 바꿔 바로 오기로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깝다는 시외버스 터미날로 가자니까
나이 지긋한, 또한 목소리가 조곤조곤하신 아저씨께서 묻더군요.

'이거 보고 왔어요?'(네)
서울서 부터 여기까지 보러 왔다니..
근데 경기장에 사람들이 다 들어가져요? 좁지 않았어요?
(다 들어갔어요^^..안 좁았어요..아담하고 아늑해서 뭔가 맘이 편해 좋던데요. )
아 그냥 서울서 하지 뭐하러 이런 작은 데서 해 ..허허
여기가 전국에서 젤 작은 도신데
(여기저기서 하면 좋잖아요? 내년엔 춘천서도 한대요.)
그래 춘천에서 하면 좋지 여기보담은 넓잖아 (??? 전주가 글케 작은가요?)

근데 말여 티비로 보니까 완전 서커스데...뭐 운동같지도 않고
막 여자를 어떻게 글케 막 던져서 돌리고 그랴?
신기하데 ...근데 울나라 선수들도 그거 했어요? 그거 몇등했어요?
(아 그종목엔 ....... 어쩌구 저쩌구 설명드렸죠)
대단해 대단해 허허

근데
거기 나처럼 늙은 사람들은 구경 안 오죠?
..
ㅎㅎ
(아뇨 많으셨어요.)
그래요? 진짜
허허
(네 많이 오셨어요 진짜에여)


원래 모르는 남자분이 꼬치꼬치 물어 오시는 걸 몹시 싫어해서
보통은 아예 상대도 안 하는 제가
열심히 대답해 드릴 정도로 순진하게 ...솔직하게 궁금해 하셨던 거죠.
귀여우셨어요. 사실 ^^;;;

그리고 마지막 문답
이건 뭐랄까
가서 보고는 싶으신데 차마 부끄러워 가지는 못하시는 수줍음이 너무나  묻어나서
'할아버지 담에 또 하면 꼭 직접 구경가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걸
'어르신들이 진짜 많았다고 강조해 드렸습니다.


이젠 정말 전국에서 피겨 대회를 치루면서 저변 확대를 해나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던 귀가길




집에는 그렇게 무사히 도착했으나
이미 깊은 잠에 들어가신 넷북은 산지 6개월여 만에 하드가 날라가서 통째로 교체해야만..ㅜㅜ
윈도우 강제 종료라던가 업데이트 중간에 그냥 전원을 끈다거나
그게 하드 표면을 긁게 되는데 첨엔 바로 증상이 없지만 계속 그 흠이 파이고 번져서 완전 복구 불능이 된다네요.
업뎃할때 전원이 안 꺼져서 강제종료했었다고 하니 ...윈도우가 잘 못 깔려있었던 거라는데
제가 깐게 아니거든요? ㅡㅜ

결국 지난 그랑프리 시리즈부터 이번 유로까지의 모든 영상은 다 날라갔고
기타 기억못할 120기가가 날라갔어요.
아 놋북 160기가 중에서 운영체제용으로 무려 60기가를 여유분으로 남겨야 안전하답니다. @@

문제는 지금 이 글 쓰는 놋북이 정말 여러번 강제종료와 시동복구를 겪었다는 거죠.
해서 얼른 또 하드 비우고 얘를 병원에 진짜로 덷고 가야 하네여.
돈들까봐 계속 미적거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