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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뜬금없이 물어봐요.

피겨 스케이트 팬들도 즐기는 관점이 제각각 이죠
기술적 요소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그 완성도를 즐기기도 할 것이고
기술적인 면모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스케이팅을 통한 인간 몸이 가진 한계 끝까지의 추구를 즐기기도 할 것이고

음악을 타는 감수성이나 빙판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더 즐기기도 할 거에요(저도 사실 이쪽 과에요.^^)

아이스댄스는 이름부터가 댄스
하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댄스는 무대 위의 공연무용보다는
유럽계 문화에선 너무 익숙한 볼룸에서의 커플댄스였지요.
비 유럽계 문화에선 너무 낯선 남녀 둘이 함께 추는 사교댄스

그래서 제 부근의 많은 아이스 댄스 팬들은 발레나 현대무용을 보는 시각으로 아이스댄스를 보시다가
이런 저런 판정 결과에 의문을 가지시더군요.
저도 한 10년전이었다면 같은 생각이었을 터인데
그나마 한 두 가지 커플댄스를 경험하고 보니
조금 보는 시각이 달라지더라구요.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홀딩한 채로 만들어 내는 춤

옛날 영상들을 보면 볼 수록 그런 시각이 확실하고
요즘의 영상들을 보면 볼 수록
흔히 듣게 되는 '페어랑 뭐가 달라?' 라는 질문이 떠오르지요.
(둘이 잘 안 붙어 있는 데다가 워낙 춤다운 표현대신 기술적 요소만 눈에 띄니까 말이에요)

요즘의 댄스 경기는 정말 점프가 없고 뭔가 납득어려운 규정들로 구분되는 페어 경기로 보일 정도
(여기서 납득 어려운 규정들은 사실
 볼룸에서의 춤을 좀 경험했다면 그닥 납득 어려운 부분이 또 아니더란 개인적 소감)

그런데 한편으로는
연극이나 무용에서 보는 예술적 표현같은 걸 오히려 싫어하고
완벽하고 난이도 높은 기술적 요소를 잘 수행하는 걸 더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신채점제의 그 피씨에스가 예술점수라기 보다 스케이팅 스킬, 프로그램의 수행상태를 따지는 것이다 보니
예술적인 면모가 별로 많지 않아도 점수 높게 받을 수있으니까
심판들도 이쪽일지도...;;

하여간 제 스스로가 예술적인 면을 더 중시하면서도
룰을 정해 놓고 기술적인 면에서의 잘함과 못함을 엄밀하게 따지는 스포츠 경기니까
관심사와 상관없이 잘하고 못하고의 판정을 하게 되더라구요.

맘에 드는 아름다운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판정결과에 수긍하거나
맘에 안 드는 정말 스포츠틱한 경기를 했음에도 (사실은 '했으니까' 로 읽게 되는 게 신채점제 이후엔 너무 당연 ㅜㅜ)
높은 판정결과에 또 수긍하거나

제 스스로도 이중적인 판단 잣대를 갖게 되더라구요.


그나마 요즘은 경기를 보면서 대략의 순위 정도는 짐작할 수있게 되었지요.
그게
아이스 댄스경기는 '피겨스케이트 경기의 하나다.' 라는 대명제와
아이스 댄스 경기는 '얼음위로 옮겨 놓은 커플댄스종목의 연장이다.'라는 부명제
+ 신채점제의 분석적 채점의 결과다

에 견주어 보니 그렇더라구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스댄스 선수들은 스케이터이지 댄서가 아니니까 말이죠.
스케이터 중에서 춤을 잘 춘다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커플댄스는 두 사람의 호흡으로 만들어내는 미학이 중요한 거라
둘다 몸치여도 훌륭한 댄서 일수도 있다는 그런 스토리도 더해지고
음악을 느끼며 두 사람의 스케이팅과 호흡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종목

옛 레전드중에서도 빙판을 떠나서도 진짜 댄서구나 싶은 사람은 몇 없어요.




하지만
아이스댄스 영상을 많이 보다 보면
역시 끌리는 건 오래전의 레전드인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안무라던가 경기에서 촛점을 두는 부분이 달라서 인 듯

구채점제에서 객관성에 대한 의문은 저도 갖고 있지만
암튼
그쪽의 판정은 종합적이었으므로
댄스의 안무에 대해서 좀더 창의성을 발휘할 수있었다는 것
댄스 자체의 완성도도 중점을 두고 판정했다는 것
뭐 그런 관점때문에
그 때의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좀더 '아름다왔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표현이란 부분, 공연 댄서 다운 춤이란 부분이 예전에도 위 두 부분보다 후순위인 듯 느껴지긴 하지만
언제 봐도 상당히 창의적인 안무들에다가
워낙 그 레전드들은 기술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다 뛰어났었던 분들이라
상대적으로 어느 한 부분이 더 강점이고 더 약점이라 해도
감상에 별로 문제가 되진 않더라구요.
^^;;;;;

요즘은 그게
거의 곡예 수준의 동작들로 꽈악 채워서
춤이란 느낌을 찾기 어렵다는 ......특히나 아직 어린 선수들의 경우엔
그냥 체조선수나 서커스 단원을 보는 듯한 곡예에 놀라곤 해요.
그들의 가능성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처음 시작부터 예술적 감수성이 거의 없는 기술적인 완성도만 밀고 나가는 듯한 추세...
그게 또 기술요소들의 채점덕에 등위가 위로 올라가게 되니 점점 더 그런 경향이 유행하는 듯하고
어려운 동작들로 몸이 쉽게 망가지니 선수 생명도 짧아져서
얼른 커리어를 쌓고 은퇴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그럼 정말 무르익을 새도 없을 거고..

(라고 계속 혼자 궁시렁 대고 있는 중이에요.)



암튼 근데
여러분은 어떤 면을 좋아하시나요?

이게 질문일지 하소연일지 ㅎㅎ